이 곳에 이만큼 정착하고 안정된 느낌이 들 때 비로소 여길 떠나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직감하는 동시에,
그 동안 부정하고 발버둥치며 멀리 갔지만 이제, 다시에게 돌아가 안착하고 싶다는 모순적인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.
차창을 재빠르게 지나치는 버스 안에서, 예배당 안에서 혹은 차를 마시면서
오늘의 이 모순을 다행히도 혼란스럽지 않게 나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.
내가 나를 장악하려 애를 써도 내가 내 마음 하나 제대로 못하고, 100 퍼센트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,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
여태 외면하고 살았나보다. 외로우면 외롭나보다 하고 무시를 하고, 다가오는 사람은 다 밀쳐내고
낯선 느낌이 싫다고, 낯선 여자가 싫다고 퉁 친 이유가
진짜 이유가 아닐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니 외려 소름이 돋았다.